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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8

대금은 왜 떨리는가 — 청공과 갈대청 이야기

이규웅 · 대금 연주자 · 죽관악기 기능계승자

매미 소리를 들어 보면 참 신기합니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큰 소리가 나는가 싶습니다. 알고 보면 몸통의 얇은 막을 떨어서 내는 소리라고 합니다. 단단한 것이 아니라 여린 것이 큰 소리를 낸다는 이치가 재미있습니다. 대금에도 꼭 그런 비밀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대금에는 입김을 불어 넣는 취구가 있고 손가락으로 짚는 지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구멍이 하나 더 있습니다. 청공이라고 합니다. 손가락으로 짚지도 않고 입을 대지도 않는 구멍입니다. 처음 배우는 분들은 이 구멍이 왜 있는지 의아해합니다. 바로 이 구멍이 대금 소리의 심장입니다.

갈대 속의 얇은 막

청공에는 청이라는 얇은 막을 붙입니다. 갈대의 속에서 얻는 막이라 하여 갈대청이라고 부릅니다. 갈대 줄기를 갈라 보면 속에 종잇장보다 얇은 속껍질이 있는데, 그것을 조심스레 벗겨 내어 말렸다가 청공에 붙이는 것입니다. 입김이 관을 울리면 이 막이 함께 떨면서 소리에 특유의 울림이 실립니다.

이 갈대청이 떨면서 내는 소리를 우리는 청 울림이라고 합니다. 대금 소리가 다른 관악기와 확연히 다른 것은 이 청 때문입니다. 힘차게 불면 청이 크게 떨어 짜랑짜랑하게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여리게 불면 은은한 떨림만 남습니다. 서양 악기에는 이런 장치가 흔치 않으니, 처음 듣는 외국인들이 대금 소리에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왜 하필 떨리는 소리인가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악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잡음 없이 맑은 소리를 추구할 법한데, 우리 조상들은 일부러 구멍을 하나 더 뚫고 막을 붙여 소리를 떨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음악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끈한 소리보다 결이 있는 소리, 다듬어진 소리보다 살아 있는 소리를 귀하게 여긴 것입니다.

사람 목소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기계처럼 고른 목소리보다, 조금 갈라지고 떨리는 목소리에 마음이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청 울림은 대금이 내는 목소리의 결입니다. 기쁠 때는 짜랑하게 웃고 슬플 때는 흐느끼듯 떨립니다. 대금이 사람의 감정을 그토록 잘 실어 나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청을 갈며 배우는 것

갈대청은 소모품입니다. 습기에 약하고 여려서, 연주를 하다 보면 찢어지고 늘어집니다. 그래서 대금 부는 사람은 청 가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좋은 갈대청을 구해 두었다가, 청공에 맞게 오려 붙이고, 주름 없이 팽팽하게 다스리는 일입니다. 이 작은 손질 하나로 악기의 소리가 확 달라집니다.

저는 제자들에게 청 가는 일을 귀찮아하지 말라고 이릅니다. 청을 갈면서 우리는 이 악기가 살아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몸으로 배웁니다. 대나무가 자라고 갈대가 자라서 소리가 되기까지의 인연을 손끝으로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 여린 막 하나를 정성껏 붙이는 마음이, 결국 소리를 정성껏 내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