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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6

첫 소리를 내기까지 — 입문하시는 분들께

이규웅 · 대금 연주자 · 죽관악기 기능계승자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뒤에서 잡아 주던 손이 슬그머니 놓아 버린 것도 모르고 달리다가, 문득 혼자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던 순간 말입니다. 그 전까지는 백 번을 넘어져도 안 되던 것이, 되는 순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됩니다. 대금의 첫 소리가 꼭 그렇습니다.

대금은 첫 소리 내기가 유난히 어려운 악기입니다. 피아노는 누르면 소리가 나고, 단소만 해도 며칠이면 소리가 트이는데, 대금은 몇 주가 되도록 바람 새는 소리만 나기도 합니다. 취구가 크고 악기가 굵어서, 입술과 김의 각도가 딱 맞아떨어져야 소리가 얹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소리가 안 난다고 자책하실 일이 전혀 아닙니다.

소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

맥 국악원에서 삼십 년 가까이 입문자들을 지켜보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소리를 내려고 애를 쓸수록 소리가 달아난다는 것입니다. 입술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올라가고 볼이 부풀면, 김이 흩어져서 소리가 얹힐 자리가 없어집니다. 오히려 지쳐서 힘이 빠진 순간에 픽, 하고 첫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소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병 주둥이에 입김을 불어 소리를 내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세게 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도가 맞아야 붕 하고 울리지 않습니까. 대금도 같은 이치입니다. 힘이 아니라 각도이고, 양이 아니라 결입니다.

몇 가지 사소한 요령

요령을 조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입술은 미소 짓듯 가볍게 다물고, 김은 아래로 내리꽂는다는 기분으로 가늘게 냅니다. 촛불을 끄는 김이 아니라 촛불을 흔들리게만 하는 김입니다. 그리고 거울을 보십시오. 취구에 입술이 어디쯤 닿아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처음부터 오래 불지 마십시오. 입술 근육이 아직 여물지 않아서 오래 불수록 자세가 무너집니다. 하루 십 분씩이라도 자주 만나는 편이 낫습니다. 어지럼증이 오면 바로 쉬어야 합니다. 숨을 다루는 악기라 처음에는 몸이 낯설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늦게 시작한 사람의 말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저는 영어영문학을 공부하다가 뒤늦게 이 길로 들어선 사람입니다. 남들이 어릴 때부터 분 악기를 저는 성인이 되어 처음 잡았습니다. 그러니 소리가 안 나는 막막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 막막했던 사람이 훗날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이수자가 되고 대통령상까지 받았으니, 첫 소리 앞에서 낙심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아시겠지요.

첫 소리가 나던 날의 기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한 소리를 위해 흘린 몇 주의 헛김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지금 바람 소리만 나서 속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기억해 주십시오. 그대는 지금 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첫 소리와 만날 자리를 조금씩 좁혀 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