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4
대금 고르는 법 — 만드는 사람의 눈으로
이규웅 · 대금 연주자 · 죽관악기 기능계승자
신발 가게에 가면 저는 꼭 신어 보고 삽니다. 아무리 이름난 상표라도 제 발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값이 헐해도 발에 착 감기는 신이 있습니다. 대금 고르는 일이 꼭 이렇습니다. 남에게 명기인 악기가 나에게는 아닐 수 있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는 울산 울주군 두동로에서 이규웅대금공방을 하며 오랫동안 대금을 만들어 왔습니다.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악기를 골라 달라는 부탁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말씀드리는 요령이 몇 가지 있는데, 오늘은 그것을 적어 볼까 합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살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먼저 눈으로 봅니다
우선 관을 눈으로 살핍니다. 심하게 휘지 않았는지, 갈라진 금은 없는지 봅니다. 대나무는 살아 있던 재료라 세월에 따라 틀 수 있는데, 잘 마른 재료로 제대로 만든 악기는 크게 틀지 않습니다. 취구와 지공의 구멍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다듬어졌는지도 봅니다. 구멍 하나 다듬는 데에 만든 이의 정성이 다 드러납니다.
관의 살 두께도 중요합니다. 쌍골죽으로 만든 대금은 살이 두꺼워 묵직하고, 두드려 보면 소리가 야물게 납니다. 들었을 때 손에 실리는 무게감이 좋은 악기는 소리에도 무게가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무겁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입니다.
다음은 귀로 듣습니다
그다음이 소리입니다.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골고루 불어 보고, 음정이 고른지 살핍니다. 어느 한 음만 유난히 낮거나 높으면 두고두고 애를 먹입니다. 낮은 소리는 넉넉하게 울리는지, 높은 소리는 시원하게 뻗는지 들어 봅니다. 초심자라면 소리 내기가 수월한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명인용으로 만든 뻣뻣한 악기는 초심자를 지치게 합니다.
그리고 청 울림을 들어 보십시오. 청이 잘 우는 악기는 소리에 윤기가 돕니다. 다만 청은 갈아 붙이면 달라지니, 청 상태 때문에 악기 전체를 오판하지는 마십시오. 껍데기 상태가 아니라 관 자체의 울림을 들으려고 애쓰는 것이 요령입니다.
결국은 궁합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자기 입에 맞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입술 모양과 숨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악기라도 소리가 다르게 납니다. 남이 불어서 좋은 소리가 났다고 내게도 그러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시간을 넉넉히 들여 직접 불어 보고, 몸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악기를 고르십시오.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 말씀 보태자면, 악기는 주인을 만나 완성됩니다. 제 공방을 떠난 대금이 몇 해 뒤에 주인과 함께 돌아왔을 때, 소리가 처음보다 깊어져 있는 것을 들으면 참 흐뭇합니다. 좋은 악기를 고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고른 악기를 좋은 악기로 길러 내는 것은 결국 부는 사람의 몫입니다.